민간조사업법안의 필요성과 중요성
교육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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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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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의원 \'민간조사업법안\' 발의… \"면허제도 도입해 심부름센터의 폐해 막아야\"
그렇다면 이제 우리나라에도 ‘셜록 홈스’ 같은 탐정이 탄생하는 걸까. 일명 ‘탐정 법안’으로 불리는 ‘민간조사업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8월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탐정업을 민간조사업으로 칭하고, 민간조사원의 자격과 활동 범위를 규정해놓았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올해 안에 공청회가 열리고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뒤, 내년 초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민간조사원, 다시 말해 탐정들이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탐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불법이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따르면 정보원, 탐정을 비롯해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탐정 업무는 국가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다고 해서 ‘민간조사(Private Investigate)’라 불린다. 국가 수사기관에 의한 강제적인 체포나 압수 등을 제외한 민간 영역으로, 의뢰인을 대리해 수행하는 서비스 활동을 의미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민사상의 분쟁이나 복잡한 현대 범죄가 늘어나면서 이 같은 탐정 제도(민간조사 제도)를 합법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간조사업법’을 발의한 이상배 의원은 “범죄가 전문화, 다양화하면서 국가 공권력만로는 증거 수집 같은 법적인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기 어려워졌다”며 “합법화 과정을 통해 음성적으로 잘못 발달돼 온 민간조사 시장을 양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형사정책연구원의 나영민 경정은 “민간 차원에서 사실 조사나 정보 수집을 하고 싶어도 통로가 법적으로 막혀 있다”며 “불법과 위험성을 알면서도 심부름센터의 문을 두드리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또 “국가 법 집행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법원·검찰·경찰의 업무 증가로 전체적인 사법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리인이나 전문가에게 의뢰해 자료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이지, 국가가 금지할 사항이 아니란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나라에선 탐정 영업에서 야기될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를 놓고 고민 중인 반면, 우리나라처럼 탐정의 면허제도를 논의하기는커녕 영리활동 자체를 금지한 곳은 공산권 국가밖에 없다는 것이다.
탐정 제도가 합법화되면 탐정으로 일할 인력이 필요해진다. 때문에 경비업을 포함한 관련 민간 협회나 대학의 경찰행정학과, 경호학과 같은 분야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특히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탐정이라는 명칭을 내걸지 않았을 뿐 국내의 민간조사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은 많다. 현재 심부름센터라는 이름을 내걸고 영업 중인 업체는 국내에서 10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길을 걷다 보면 ‘돈을 대신 받아드립니다’라며 전화번호를 적어놓은 팻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인터넷엔 ‘힘든 고민, 해결해준다’는 업체들이 무수하다. 이들 업체는 가정 문제에서부터 공금 횡령이나 인력 유출 같은 기업 문제까지 해결해주겠다고 홍보한다.
▲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열린 \'민간조사업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문제는 이들 업체 중 개인 뒷조사나 휴대폰 도청 같은 불법 행위를 일삼는 곳이 셀 수 없이 많다는 데에 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심부름업체 직원들이 청부살해, 납치 같은 범죄 사건에까지 연루돼 ‘해결사’ 역할을 하는 경우가 계속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불법 행위를 일삼는 심부름센터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걸 막을 길이 없다. 현행법상 심부름센터는 ‘기타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있어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만 내고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니 심부름센터라는 명칭으로 옷을 갈아입고 여전히 편법적으로 흥신소 불법 영업을 하는 곳이 많다. 타인의 상거래·자산·금융 정보를 조사해 의뢰자에게 알려주는 흥신업은 아예 법률상에서 단어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 조직 폭력배 동원 등 흥신소의 폐해가 심각해지자 흥신소의 불법 행위를 금하던 ‘흥신업 단속법’은 1977년 폐지됐고 새로 제정된 ‘신용조사업법’이 관련 사항을 다루고 있다.
한편 국내에는 100곳에 가까운 외국계 민간조사업체들이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민간조사협회 유우종 회장은 “우리나라가 1996년 OECD 회원국이 된 뒤 민간조사 시장이 개방되면서 외국업체들이 국내로 대거 진출했다”며 “이들 업체는 국내 법을 적용받지 않고 컨설팅 업체란 간판을 내걸고 활동 중”이라고 했다. 한국 탐정은 금지돼 있고 외국 탐정은 합법적이란 말이다.
이러니 탐정업으로 상징되는 민간조사업은 외국 업체에만 허용돼 있고, 심부름센터가 버젓이 불법적인 흥신업을 해도 단속하기 어려운 게 국내 현실이다. 때문에 탐정업을 양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국내 민간조사업 시장이 음성적으로 커온 것은 무조건 불법으로 간주해왔기 때문”이라며 “합법화 과정을 통해 왜곡된 시장의 폐해를 줄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향후 탐정 제도는 어떻게 운영될 것인가. 우선 민간조사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를 사전에 막기 위해 민간조사원의 자격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배 의원이 발의한 ‘민간조사업법’에 따르면 정보수집·수사, 신용 조사·평가 등의 업무에서 경력이 5년 이상인 사람들 중에서 경찰청장이 매년 실시하는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탐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후 연수 교육을 수료한 경우에만 등록증이 나온다. 검찰청이나 경찰에서 5년 이상 근무했다거나 법학·경찰학·범죄학 등에서 대학 전임강사로 5년 이상 근무한 경력 등을 인정해줄 것이라고 한다.
탐정의 자격 요건뿐 아니라 이들이 어떤 일을 주로 하게 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분실·도난 재산의 소재를 확인한다거나 사망·상해 및 물건의 손상에 대한 조사를 하고,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개인 정보를 조사하는 것으로 업무를 한정짓는다고 돼 있다.
실제로 탐정제 도입안에 대해 “민간조사원이 공무원의 직무 집행을 방해한다거나 국가 안보와 관련한 것에까지 나서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형사정책연구원의 나영민 경정은 “영화나 소설 속의 탐정은 형사처럼 수사권까지 갖는 것으로 나오지만 사실 탐정의 주요 업무는 조사나 정보 수집”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국가 기밀 수집은 금지한다’는 식으로 영역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영화 \'셜록 홈즈\' 중 한 장면.
탐정 제도를 도입할 경우, 소관부처를 어디로 하는지에 대해선 정해진 바가 없다. 소관 부처를 경찰청으로 하자는 이상배 의원의 법안에 이어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이 법무부를 소관부처로 한 법안을 따로 내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일단 긍정적인 입장인 반면, 법무부는 “민간수사관을 또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민간조사원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繹瑾?공감한다”면서 “다만 업무 범위 등은 충분히 학문적으로 연구돼 수많은 오해와 부작용을 최대한 줄여서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법안에는 ‘민간조사원’으로 규정돼 있지만 탐정, 민간조사원, 정보원 중에서 어떤 단어를 최종적으로 써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더 필요하다. 한 변호사는 “일반인들은 ‘민간조사원’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 흥신소를 떠올리며 거부감부터 가질 수 있다”며 “또 ‘민간조사원’이라고 소개했을 때 상대방이 무조건 정보 요청에 응해야 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할 수도 있다”고 했다.
경찰청 수사국의 한 관계자는 “외국처럼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라도, 국민이 국가가 보증하는 업체에 사실 조사나 정보 수집을 믿고 맡길 수 있어야 한다”며 “다만 이들 업체가 초법적인 권력을 남용하거나 불법 행위를 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황성혜 주간조선 기자 coby0729@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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