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의 후예>
사립탐정 민간조사원의 세계
거리를 지나다보면 곳곳에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이 버젓이 나붙어 있고, 인터넷
사이트나 생활정보지에서도 ‘고객이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다 해결해 드립니다’라는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처럼 민간조사시장은 이미
음성적으로 형성된 지 오래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들 불법행위의 이면에는 ‘개인을 위한
사적인 조사’를 원하는 국민들의 수요가 있다.
민간조사를 원하지만 이는 막상 불법인 실정. 그렇다면 오로지 규제일변도의 정책으로만 나갈
것이 아니라 민간조사업을 일종의 서비스 산업으로 발전시켜 보면 어떨까 하는 취지로 탄생한 것이 바로 PIA(Private
Intelligence Administer, 민간조사원)다. <사건의내막>은 자격시험을 통해 검증된 인재를 발굴해내고 있는 CPIA연합회의
하금석 회장을 만나 국내 민간조사시장의 현주소를 들어보았다.
민간탐정업을 기본으로 컨설팅, 비즈니스 관련, 경비업과 접목 등 넓은 분야에서 활동
요원들 중에는 기업 감사팀에서 근무하는 사람, 전직 국정원 서기관, 퇴직경찰 등 다양
다음은 하금석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사립탐정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어봤다. 공식명칭인 PIA란 단어가 생소하다.
▲ 한국에선 아직 탐정이란 직업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단체를 구성한 게 1999년
때 일이다. 법안을 올렸지만 다른 16개 법안과 충돌이 일어난다고 해 국회통과를 못했다. 그 뒤 특수행정학회를 구성해 학술단체로
등록했다. 전문탐정양성 교육기관으로 활동해 오면서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자격증 허가를 받았다. 배출해낸 인재들은 현재 탐정이라는 이름 아래
보조경찰 · 관련분야 종사자 · 관련학문 연구자 · 정보원 등 다양한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
- 일반적으로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립탐정들의 모습을 연상하게 되는데, 현실에서는 어떤가.
▲ 영화 속에서 활동하는 (탐정들의) 모습들은 모두 현실에서 수행하고 있는 일들이다.
- 경찰, 검찰 등의 공권력과 구분되는 PIA만의 필요성이 무엇인가.
▲ 공권력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사건사고들이 원체 광범위하다. 미제사건부터 해외도피사범,
채권채무관계, 기업 내 산업스파이, 뺑소니 사고, 보험사기, 고가 금품 도난사건, 의료사고, 스토커까지. 경찰은 신고나 접수는 받아주지만
공권력이 가동되는 범위와 기간에는 한계가 있다. 해결되지 못한 채 미제사건으로 넘어가기 일쑤다. 예를 들어, 해외도피사범을 외국까지
쫓아가 잡아오지는 않는다. 미아나 가출 신고를 받아주긴 하지만 직접 한명 한명 찾아주진 않는다. 또, 증거자료가 없는 애매한 사건의 경우
신고조차 할 수 없다. 여기서 필요한 게 증거자료를 찾아줄 수 있는 인력이다. 그건 공권력이나 변호사가 해줄 수 있는 범위의 문제가
아니다. PIA는 공권력이 나서지 않는 곳의 일을 민간차원에서 해결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 현재 활동하고 있는 우리 요원들은 약 700여 명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뛰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외국 탐정 회사가 컨설팅이다 뭐다 해서 엄청나게 들어와 있다.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은 주로 대기업 관련 업무지만 우리는
실질적인 재산권 보호와 같은 민간차원의 일을 한다. 민간탐정업을 기본으로 컨설팅, 비즈니스 관련, 경비업과 접목 등 넓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활동내역으론 민형사상 증거자료 수집, 산업 스파이 및 기업조사, 보험사기 관련 교통사고, 미아 및 가출인 소재 파악,
이혼소송에 따른 증거자료 수집, 부동산과 관련된 재산조사 등등이 있다. 요원들 중엔 기업 감사팀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있고 전직 국정원
서기관, 퇴직경찰 등 다양하다.
- PIA가 지켜야할 수칙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 정보조사를 주로 하지만 국가의 안보 및 기밀에 관한 정보, 기업의 영업비밀이나 연구개발
정보, 개인의 정치적 사상과 같은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는 정보 등을 수집해서는 안 된다. 의뢰받은 조사업무가 위법일 때는 필히 이를
거부해야 하고, 업무 중 폭행이나 협박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 또한 기본이다. 또, 다루고 있는 사건이 상충될 때 경찰이나 검찰과 같은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민간조사원이거나 민간조사원이었던 자는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결코 누설할 수 없다.
이러한 의무를 지키지 못했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한 가지 더, 민간조사원이 아닌 자가 민간조사업을 하거나 민간조사원, PIA, 탐정과 유사한 명칭을 사용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로 인해 자격증이 없는 심부름센터들을 근절시키고 그와 관련된 고질적인 병폐를 뿌리 뽑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현재 국내활동인원이 어느 정도인가.
▲ PIA 자격취득자는 700명 정도다. 이 중에는 탐정제도가 설립되어 있는 외국에서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도 꽤 된다. 외국은 이미 탐정제도가 발달해 있고 많은 탐정들이 활동하고 있다. 종종 외국탐정과 공조해 국제
사건사고를 수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수배된 사람이 해외도피를 한다고 치자, 경찰이 따라나서지 않으니 피해자가 직접 외국까지 쫓아가야
한다. 이처럼 경찰력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 유일하게 손을 내밀 수 있는 곳이 PIA다.
개인의 정치적 사상과 같은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는 정보 등 수집 불허
의뢰받은 조사업무가 위법일 때는 거부 하고, 업무 중 폭행이나 협박 규제
- 실제로 성과를 올린 적이 있는가.
▲ 많다. 하지만 어렵다. 수배자의 소재를 파악하고 인터폴로 협조요청을 하지만 실상 경찰들도
수배자를 체포하기 쉽지 않다. 필리핀으로 도피한 수배자가 성 같은 곳에서 살면서 개인 경호원들을 데리고 철통경비를 하는 식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를 떠난 이상 그 나라 법을 따라야 하니 이로 인한 피해자들, 억울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나.
- 그렇다면 경찰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는가.
▲ 있다. 현재 수배 내려진 사람들 찾는 일이나 미해결 사건의 증거자료 찾아주는 일 등을
한다.
- 국내에 외국인 탐정도 많은가.
▲ 주로 대기업 감사업무를 위해 들어와 있다고 한다. 로펌이라 해서 기업 인수 합병과 관련된
일을 한다.
- 한국과 비교해 외국의 민간조사업 현황은 어떠한가.
▲ 미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 호주 등 선진외국 대부분이 민간조사업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미국이 경우 법안의 모델이라 해도 좋은데, 면허시험에 응시하기 위한 조건으로 수사경력 3년 이상 등을 요구해 자격수준이 높은
편이다. 대부분의 나라가 전과기록이 없는 자만 가능하며 기관에서 교육을 수백 시간 이상 받아야 한다. 합격하고 자격을 취득해도 능력에
따라 낮은 등급부터 1등급까지 세분화되어 있다. 가까운 일본도 작년 6월 관련 법안이 제정되었고 벌써 6만 여 명의 탐정들이 활동하고
있다. OECD국가들 중 탐정이란 전문직의 법적 제도가 시행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뿐이다.
- 공권력의 손이 닫지 않는 곳에 심부름센터나 흥신소가 침투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했다.
지금은 어떤가.
▲ 1990년대 중반 전국 1500~1700개 정도이던 심부름센터가 IMF 이후 급격히
늘어났다. 2007년 현재 전국 3000여 개가 넘는 심부름센터와 흥신소가 난립하고 있다. 과다설립과 과다경쟁으로 인해
뒷조사·신상정보유출·도청과 같은 사생활 침해는 물론, 불법 채권추심·납치·협박·청부폭력에다 살인까지 행해지고 있다. 돈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 대신해주는 속칭 ‘해결사’의 역할을 자행하며 불법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자유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창업이 가능한 실정이다.
- 일을 하다보면 심부름센터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그러한 오해로부터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탐정이라고 해서 뒷조사에 그치는 일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 CPIA 연합회는 민간조사 전문인을 양성해내고 있다. 많은 요원들이 관련분야 전현직 경험자들이다. 현대는 정보사회다.
정보보호를 굉장히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사건들이 많다. 하루아침에는 되지 않을 테지만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면서 법안을 만들고
합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분야가 엄청난 시장이 되리라 전망한다.
- 법안 통과 과정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
▲ 2005년 국회에서 법안이 논의되었을 때 자신들의 기득권 문제로 변호사협회에서 반대하기도
했다. 공청회가 끝나고 심의가 남았는데 법안이 심의를 다 통과하지 못했다. 법안을 보완·수정해서 최종통과를 시키려 한다. 학회 입장에선
통과할 때까지 계속해볼 참이다. 심부름센터와 같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PIA 법안은 통과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범죄의 급증과 전문화로 인해 경찰 인력만으로는 국민의 치안수요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 특히 가족이나 친지의 실종, 사기사건 등 개인적 법익침해 사건에 있어서는 국가기관의 치안서비스로 백퍼센트 해결되기는 어려운
실정인 만큼 PIA의 도입이 절실하다. 덧붙여 FTA와 더불어 외국의 서비스업 또한 개방되고 있고 외국 사설탐정들이 진출해올 테니
하루빨리 한국의 PIA가 정착되어야 한다. 취업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유망 직종이다.
- 어떤 과정을 거쳐 PIA가 될 수 있는가.
▲ 사설정보관리사라는 명칭으로 1기를 시작한 것이 벌써 15기가 되었다. 광운대
정보복지대학원 특별과정으로 교육을 받은 뒤 수료증이 발급된다. 수료기간은 기본과정 80시간에 심화과정 50시간이다. 그 뒤
사단법인민간자격협회의 시험 평가를 거쳐야 한다. 수료증과 인증서가 나가면 PIA 사설정보관리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 자격요건이 따로 있는가.
▲ 일반인의 경우 공개채용 합격자를 데리고 교육을 시작한다. 이와 다른 특별과정이 있는데 군
경찰 업무 경험자, 조사실무자, 관련학문 연구자들은 서류심사를 통과하면 교육이 시작된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이곳 PIA는 한국탐정 전문양성교육기관이다. 볼펜·시계·양복단추와 똑같은 모양으로 제작한
녹음기, 무전기, 카메라 등 다양한 첨단장비가 구비되어 있다. 실제로 요원들은 영화 007에서나 볼 법한 변장을 하고 자료조사에
뛰어들기도 한다. PIA란 마치 007과 셜록 홈즈를 반반씩 섞어 놓은 인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